서민증세·도농 양극화가 일으킨 프랑스 ‘노란 조끼’ 분노

입력 2018-12-05 17:45   수정 2018-12-05 18:22


유류세 인상으로 촉발된 프랑스의 ‘노란 조끼’ 시위가 세금 인상 유예 등 정부가 한발 물러선 뒤에도 계속될 조짐이다. 경제성장에서 소외된 지역의 불만과 서민에게 불리하게 조세제도가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이 바탕에 깔려 있어 시위가 쉽사리 수그러들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란 조끼 시위대는 4일(현지시간) 집회와 시위를 계속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에두아르 필리프 프랑스 총리가 이날 생방송 담화에서 당초 내년 1월 시행 예정이었던 유류세 인상을 6개월 늦추겠다고 발표한 직후 나온 반응이다. 노란 조끼 시위대 대변인 벤자멩 코시는 “프랑스 국민은 참새가 아니다”며 “빵 부스러기를 원하는 게 아니라 온전한 바게트를 원한다”고 말했다. 일시적인 미봉책이 아니라 정책 기조의 근본적인 변화를 요구한 것이다.

노란 조끼 시위는 지난달 17일 유류세 인상에 항의하는 택시와 트럭 운전사들의 시위에서 시작됐다. 시위가 전국으로 확산되는 배경에는 유류세가 가난한 사람에게 더 많은 부담을 준다는 인식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유류세는 서민층에 불리한 역진적인 성격이 있다. 저소득층일수록 소비지출에서 에너지 지출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프랑스의 월 소득 5500유로(약 700만원) 가구의 가계 지출 대비 에너지 지출은 5% 미만인 반면 월 소득 800유로(약 100만원) 가구의 에너지 지출 비중은 14%라는 통계도 있다.

게다가 도시 외곽과 농촌 등 대중교통 접근성이 떨어지는 지역일수록 유류세 인상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프랑스 인구의 3분의 1 이상은 비도시 지역에 거주하고 있으며, 이들의 자가용 보유 비율은 90%가 넘는다. 프랑스에선 경유차 비율이 60%가 넘는데 가솔린보다 경유에 대한 세금을 더 많이 올린 것도 반발을 키운 요인으로 지적된다. 프랑스에선 또 자동차 의존도가 높고 소득이 낮은 계층이 경유차를 타는 경향이 있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은 대선 공약으로 유류세 등 ‘탄소세’ 강화를 내걸고 지난 1년간 경유(디젤)23%, 가솔린 15% 세금을 올렸다. 내년 1월에도 추가 인상할 예정이었다.

탄소세의 실효성과 형평성을 둘러싼 논란도 다시 불붙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탄소세는 이론적으로 기후 변화를 막기 위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억제하는 효율적인 방안으로 여겨졌지만 서민들의 생활비를 인상하고 경제를 저해할 만큼 가치가 있는지는 아직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프랑스는 상대적으로 탄소 배출이 적은 나라라는 점에서 마크롱 정부의 반(反)탄소 정책이 더 무리해 보인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탄소세에 대한 논란이 프랑스 뿐 아니라 다른 국가에서도 불가피하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라고 지적한다. 미국 워싱턴주는 지난달 이산화탄소 배출에 1t 당 15달러를 부과하고 이를 매년 2달러씩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가 지역 기업들의 거센 반발에 부딪혔다. 캐나다 온타리오주 등에서도 연방정부의 탄소세 부과에 맞서 소송을 진행 중이다. 파이낸셜타임스는 “탄소세가 서민들의 생활에 부담을 주면서 기후변화 방지 분담금에 대한 형평성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설지연 기자 sj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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